과거 ‘CIO 명예의 전당(CIO Corridor of Fame)’에 올랐던 래리 퀸란은 2021년 딜로이트(Deloitte)의 글로벌 CIO에서 은퇴한 후, 비영리 단체를 운영하거나 대학 교수가 되는 낭만적인 생각을 했다. 하지만 충분히 검토한 끝에 그는 다른 길을 택했다. 바로 이사회였다.
퀸란과 마찬가지로 CIO로서의 성과를 인정받았던 웨인 셔츠는 그보다 더 일찍 이사회 진출을 결정했다. 셔츠는 식료품 유통 기업 시스코(Sysco)의 CIO로 재직하는 동안 상장 기업 이사회에 합류한 첫 IT 리더 중 한 명이었다.
이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기술 임원들을 영입하는 시대에, 많은 CIO가 이사직을 차기 경력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이사회 활동이 모든 사람에게 적합하지는 않을 수 있다. CIO가 그 정점에 도달할 만큼 충분히 다재다능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여러 상장 및 비상장 기업 이사회에서 활동해 온 셔츠는 “CIO들은 기술 지식이 자신을 이사회로 이끌 것이라고 생각한다. 맞다. 더 많은 이사회가 기술 전문성을 원한다. 하지만 비즈니스에 중요한 주제에 대해 올바르고 폭넓은 지식과 깊이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러셀레이놀즈 어소시에이츠의 글로벌 기술 임원 실무 책임자이자 CEO 및 이사회 인재 검색을 담당하는 아트 홉킨스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이사회에서 활동하기 위한 기본 자격은 이사회와 관련된 특정 분야에 깊은 전문성을 가진 균형 잡힌 비즈니스 임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CIO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역량이 폭넓지 않다”라고 말했다.
홉킨스 같은 전문가와 여러 CIO 출신 이사회 멤버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IT 리더가 이사회에 진출할 때 직면할 수 있는 몇 가지 문제를 소개한다. 동시에 이사직을 맡기 위한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방법도 다룬다.
동기의 근원
러셀레이놀즈 차세대 이사 프로그램 1년 과정의 교수진으로 CxO의 이사회 진출을 지원하고 있는 홉킨스는 참가자들에게 3가지 질문을 던진다고 언급했다.
이사회에 참여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
동료들 사이에서 최상위 전문가로 인정받는 이사회 수준의 전문 분야는 무엇인가?
이사회가 CEO의 상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 일원이 될 수 있는 ‘특별한 역량’은 무엇인가?
아무리 자신감 넘치는 IT 리더라도 이 3가지 질문에 모두 설득력 있게 답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리고 각 질문에는 함정이 숨어있다. 예를 들어 CIO가 이사회에 들어가려는 주된 동기가 보상이라면, 누구도 이를 도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마찬가지로, 단순히 기술적이고 전술적인 답변을 하며 자신이 전 세계 동료들 중 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퀸란은 오랫동안 기술 전문성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그는 이사회가 단순한 CIO 자격증 소지자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원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경영진에게 적절한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 거버넌스 프로세스에 대한 깊은 지식, 필요한 곳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 등이 CIO가 이사회에 가져와야 할 핵심 리더십 기술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퀸란은 “명함에 적힌 직함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이사회의 CFO는 재무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이사회의 CIO는 기술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현재 서비스나우, JLL, 부킹스 홀딩스, UBS 아메리카스 및 여러 사모펀드 포트폴리오 기업의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 PwC, GE 캐피탈의 전 CIO였던 시갈 자르미는 IT 리더십 기술 외에도 다른 무형의 가치를 이사회에 제공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내가 가진 강점 중 하나는 운영했던 조직의 규모다. 대기업에서 일하며 많은 경험을 쌓았다. 글로벌 경험도 중요한 자산이다. 오늘날에는 지정학적 압력, 정책 변화, 그리고 기업이 대처해야 할 수많은 도전이 있다”라고 말했다.
자르미는 이런 경력과 더불어 전략, 혁신, 사이버 전문성이 ADT, 고대디, 글로벌 애틀랜틱 이사회 합류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는 홉킨스가 강조한 ‘특별한 역량’의 예시다. 하지만 이사회 자리를 원하는 CIO는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아는 것이 힘
최근 몇 년간 기술 관련 주제가 기업 이사회에서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따라서 더 많은 IT 리더가 이사회에 합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EY의 ‘미주 이사회 우선순위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이사들은 사이버보안과 혁신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신기술에 대해 더 깊은 인사이트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IT 리더들의 일처럼 들리는가? 물론이다. 실제로 이사회 임원 중 40percent는 경영진이 이런 핵심 주제를 다룰 적절한 기술과 자원을 갖추고 있다고 답했다.
여기에는 이사회 자리를 찾는 CIO의 또 다른 난제가 있다. 많은 이들이 이런 결과를 보고 나면 자신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맥락이 조금 다를 수 있다.
자르미는 “CIO로서 운영 업무를 담당할 때는 매일 세부 사항에 깊이 관여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이사회에서는 문제를 직접 해결하지 않는다. 도움을 주고, 코칭하고, 멘토링하고, 질문하고, 제안하고, 지혜를 나눈다. 그러나 실행에 대한 책임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는 IT 리더가 이사회 합류 준비를 위해 거쳐야 할 또 다른 변화다. 다행히 이런 변화를 돕는 프로그램이 있다. 예를 들어 퀸란은 전미기업이사협회(NACD)에서 인증을 받았는데, 이 협회는 이사회 멤버 지망생에게 다양한 자원을 제공한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재무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전부터 손익 관리에 관여해 왔지만, 그는 이 자격증이 이사회의 눈높이에서 재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언급했다.
퀸란은 또한 수억 달러 규모의 사이버 프로그램을 운영한 경험이 있음에도 사이버보안 자격증을 추가로 취득했다. 그는 “이사회의 눈높이로는 운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셔츠는 좀 더 넓은 관점에서 IT 리더가 경력의 정점에 도달하는 데 유용한 요소를 언급했다. 그는 “이사회에 기술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면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본 구조, 인수합병, 인재 개발 등에 관한 논의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더 매력적인 역량을 갖출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dl-ciokorea@foundryco.com